“민간의 따뜻한 마음을 행정 절차로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일은 가능하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김주영 기자
(닉네임 | 지구별시골쥐)입니다.

제가 그간 꾸준히 봉사활동 하는 분들 여럿을 인터뷰 하며 차곡히 쌓인 생각입니다.
민관 모두 애 많이 쓰셨고,
앞으로도 더 애쓸 것을 알기에,
이번 한겨레 ‘왜냐면’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봉사자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서로에게 밥이 되는 일’이 계속되려면
한겨레 시사/칼럼 [왜냐면]
김주영 기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이 말이 오래 회자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밥 한 끼를 내어주는 일은 배고픔을 덜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당신이 올 자리가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공간을 열고, 식재료를 보태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

명동성당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 활동 공간에 걸린 그림

365일 내내 운영되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서울 은평구의 무료 라면 카페 ‘우리가함께라면’에서는 누구나 형편을 설명하지 않고 라면을 끓여 먹는다. 작은 교회가 문을 열었고 지역 교회들은 라면 조리기를 기증했다. 주민들은 라면과 반찬을 놓고 간다. 명동성당 안의 ‘명동밥집’에서는 여러 봉사자가 조리와 배식, 설거지를 나눠 맡는다. 탑골공원 곁 원각사 무료 급식소는 명절에도 식사를 제공한다. 교회와 성당, 사찰에서 시작한 일에 이웃들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다.
한 끼의 나눔은 시작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오래 이어가는 일이 더 어렵다. 음식을 준비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손님을 맞을 공간도 있어야 한다. 봉사자가 바쁜 날에도 식사는 제때 나가야 한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사람이 아프거나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는 때때로 무료급식소에서 몇명이 밥을 먹었는지 세면서, 그 밥을 차려온 사람들이 지금도 잘 버티고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그래서 선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한다. 후원금이나 물품만이 답은 아니다. 꾸준히 찾아가 함께 일하고,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그들의 노고를 알아보는 것도 힘이 된다. 고마움을 전하는 박수는 오래 헌신한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다. 다만 박수 뒤에 모든 부담을 다시 그 사람의 어깨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다음 사람이 자연스럽게 손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참여하는 주민도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서부터 도우면 되는지 알 수 있다면 발을 들이기 쉬울 것이다. 역할을 나누고 경험을 전해주는 일은 봉사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다. 오랫동안 봉사한 사람이 잠시 쉬어도 식탁이 계속 차려지고, 새로 온 사람이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나는 여기에 공공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은 동네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곳과 참여하려는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 공간이나 물품이 부족하다면 함께 방법을 찾고, 봉사자 모집과 교육을 도울 수도 있다. 어느 한 곳이 잠시 문을 닫게 되면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다른 식사 공간을 안내할 연결망도 마련해야 한다. 민간의 따뜻한 마음을 행정 절차로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일은 가능하다.
종교기관과 봉사단체, 주민이 차리는 식탁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에 이미 많은 사람이 서로의 밥이 되려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식사를 준비한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내일 시간이 되는 사람이 한 자리를 맡는 것. 그 사이를 공공이 세심하게 연결하는 것. 그래야 누군가의 사정으로 한 손이 잠시 멈추더라도, 기다리는 사람 앞의 식탁은 비지 않을 것이다.




<칼럼 뒷 얘기>
모든 기자님들이 다 그러시듯이 저 역시도, 기사 특히 제 생각을 강하게 삽입하는 칼럼 하나 쓸 때는, 책을 읽고, 인터뷰 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등등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여러 액션을 취하는데요.
이번 칼럼에는 다양한 봉사자분들이 영감을 주셨습니다. 그분들은 특히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네요.

제 부캐릭터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여행과 일상은 유튜브에도 지속 업데이트 됩니다.
Written by
책 독서하는 여행일상 블로거유튜버 지구별시골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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