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일제시대 우리 가족 (나영균 이화여대 명예교수) 조상의 역사와 후손의 태도를 묻는 책 Ft. 배우 하영

책 서평 |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
조상의 역사와 후손의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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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김주영 기자 | 지구별시골쥐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나영균2025황소자리

광복절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나영균의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을 발견했어요. 2004년 처음 출간된 책이지만 21년 만인 2025년 광복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작품입니다.

마침 책을 읽던 중 유명인의 가족사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과 오는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재출범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은 과거의 한 가족을 기록한 회고록을 넘어, 우리가 조상의 역사와 물려받은 유산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묻는 매우 현재적인 책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핵심 요약

서울 익선동에 있던 조선물산장려회 본부
저자 나영균의 아버지 나경석은 물산장려운동을 이끈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책 본문 사진 p.127 © 출판사 황소자리

물산장려운동에 참여한 나경석과 조선 최소 (여성)서양화가 나혜석 남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사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저항과 타협, 이상과 좌절을 담은 회고록

이광수·심훈·박열·김성수·송진우 등 근현대사 인물들의 일상적인 얼굴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친일과 해방정국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책

조상의 잘못보다 그 역사를 대하는 후손의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

가족의 영광만을 기록하지 않는 회고록

가족사를 다룬 책은 자칫 자신의 집안을 미화하는 기록이 되기 쉬워요. 하지만 저자 나영균은 아버지와 가족을 영웅으로만 꾸미지 않습니다.

저자 나영균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 © 출판사 황소자리

아버지 나경석의 독립운동과 사회 참여를 기록하면서도 그의 좌절과 무력함을 함께 보여주거든요.

당시 부유한 엘리트 가정이 누렸던 혜택도 숨기지 않아요. 식민지 권력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했던 지식인들의 모순과 갈등 역시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완벽한 영웅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얼굴만을 보여주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일본 제국의 제도 안에서 직책을 맡으면서도 독립운동가의 피신과 무기 반입을 도운 사람이 있었고, 한때 독립을 외쳤지만 훗날 일제에 협력한 사람도 있었어요. 사회주의자와 자유주의자, 민족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가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면서도 조선의 독립이라는 목표 아래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

우리는 이미 역사의 결과를 알고 책을 읽습니다. 누가 독립운동가가 되었고, 누가 친일의 길로 들어섰는지 알고 있지요.

하지만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결말을 모른 채 하루하루 선택해야 했습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과 지식, 직업과 가족의 안전을 걸어야 했죠.

그렇다고 모든 선택을 시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같은 억압 속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의 재산과 지식을 독립운동에 내놓았고, 누군가는 식민 권력에 협력해 지위와 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에 이르는 과정은 복잡했지만 그 선택이 남긴 결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해방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비극

해방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책은 한국전쟁 중 벌어진 국민방위군 사건과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도 짧게 다룹니다.

나라가 풍전등화에 놓인 상황에서도 일부 권력자는 국민을 지킬 자금과 물자를 빼돌렸고,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이 희생됐습니다.

독립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과 친일 경력이 있는 사람이 뒤엉켰던 해방정국은 우리 역사를 ‘선한 편과 악한 편’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설명할 수 없게 합니다.

이 부분을 읽은 뒤 국민방위군 사건을 별도로 찾아봤는데, 국가가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부패와 내부의 배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게 다가왔어요.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물을 수 있을까?

최근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한 가족사가 역사 논쟁으로 번졌습니다. 증조부로 알려진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고, 소속사는 처음에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가 충분한 검증 없이 답변했다며 사과했어요.

관련 행적과 책임의 범위는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엄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조상이 논란의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손에게 같은 책임을 묻거나 사회활동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헌법도 자신이 아닌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는 없어야 합니다.

다만 가문의 성취와 명예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가족에게서 물려받은 영광을 말하면서 그 영광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지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영광만 선택해 상속받고 불편한 역사에 관한 질문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상이 아니라 역사를 알게 된 뒤의 태도

“이완용 통역관이었어” 친일파 집안의 버려진 후손 고백 | 유튜브 매불쇼 출연 방송

그동안 가족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먼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확인이 끝나기 전에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했다면 그 성급한 대응부터 인정해야겠지요.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다면 변명보다는 솔직한 사과와 설명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친일 반민족행위로 형성된 재산이 후대에 이어졌는지 살펴보고, 물려받은 사회적 자산을 독립유공자 후손이나 역사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어요.

기부나 봉사 역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오랜 시간 조용히 이어질 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이 가족의 자랑만 기록한 책이었다면 지금처럼 깊은 울림을 주지는 못했을 거예요. 나영균은 가족의 성취뿐 아니라 모순과 좌절, 시대가 남긴 상처까지 드러냅니다. 가족의 역사를 정직하게 기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태도였습니다.

광복절이 지나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개정판이 출간된 지 1년이 지났고 올해 광복절도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 시간까지 지나간 것은 아니에요.

역사는 국가기념일에만 꺼내 보는 오래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이름과 재산, 교육과 명예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묻는 일이기도 해요.

우리는 조상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조상의 죄를 대신 짊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조상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물려받은 것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을 평가하게 만드는 것은 조상의 이름이 아니라, 그 역사를 알게 된 뒤 보여주는 태도일 것입니다.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나영균 지음|황소자리|2025년 8월 15일|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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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여행일상 블로거/유튜버 지구별시골쥐

감사합니다.

제 여행 영상은 유튜브에 계속 올라올 예정이에요. 그럼 다들 행복한 여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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